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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어려움은 현재의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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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 이미희 세종대 박사후연구원·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필자가 박사과정 동안 참여했던 테레코 프로젝트(International Research Training Group TERRECO)는 독일연구재단과 한국연구재단의 공동 지원을 받아 독일 대학과 한국 대학에서 공동으로 진행된 연구 과제였다. 참여한 교수님과 박사과정 학생이 100여 명일 정도로 규모가 큰 과제였다. 독일, 한국 학생은 물론이고 인터내셔널 연구 과제답게 해외 각지(베트남, 미얀마, 이집트, 네팔, 에콰도르, 캐나다, 아프리카)의 박사과정 학생들이 참여했다. 자신의 나라에서 국가장학금을 받고 독일로 유학을 온 박사과정 학생들도 있었다. 농업지역 또는 산림지역을 연구하는 학생들은 과제 수행을 위해 강원도에서 몇 개월 간 함께 지내야 했다. 석사과정 때 실험실 규모의 연구를 수행했던 필자에게 ‘장기 현장 연구’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필자가 부딪혔던 현장 연구의 어려움을 얘기하자면 끝이 없다. 계획한 연구 디자인과 현장의 조건이 다르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현장 상황들이 많았다. 장비를 보호한다고 덮어놓은 비닐에 뱀이 자리를 잡았던 일, 산속 모기와 파리들의 끊임없는 공격, 산속 진드기 등. 일기 예보와 다른 강우 상황도 있었다. 국지적인 조건이라 일기예보가 항상 맞기 어려웠고, 시간에 관계없이 새벽이든 밤이든 비가 오면 현장으로 출동해야 했다. 강우 시 산사태 및 범람 등으로 현장에 설치해 놓은 기기가 산사태에 파묻혔고, 지뢰가 강우에 떠내려 오는 지역이라 곳곳이 지뢰 주의 지역이었다. 즉흥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기도 했다. 독일에 계신 교수님과 이메일과 스카이프로 상황을 전달하긴 했지만, 시차가 나기 때문에 즉흥적인 어려움은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해야 했다. 외국인 학생들과의 생활도 쉽지 않았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졌고, 한국어를 못하는 어려움이 많아 한국인 학생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독일에서 온 학생들은 각자 지도교수님이 달랐다. 1인 1연구 주제로 교수님과 함께 연구 디자인을 하고 그 후 현장부터는 홀로서기였다. 필자의 경우는 아침부터 산을 돌아다녀 샘플링을 했고, 오후에 들어와 샘플들을 전처리 하고 시료보관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갈 준비를 하면 어느새 저녁이었다. 저녁 때는 외국 친구들을 도왔고, 그렇게 주말도 없이 몇 주씩 지내다 보니 체력도 바닥나고 주어진 책임감을 견디기 힘든 순간이 종종 찾아왔다. 외국 학생들이 이런 어려움을 알아채고 도와줬다. 다른 지역에서 연구하고 있는 외국 및 한국 학생들이 우리 팀의 어려운 점을 도와줬고, 그렇게 힘든 것을 함께 공유하고 해결해 나갔다. 돌이켜 보니 실험실 규모의 연구만을 했다면 겪을 수 없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리서치펠로우 과제의 일환으로 실험실 규모로 연구를 계획할 때는 현장연구를 계획 및 수행할 때 느끼던 두려움이 전혀 없다. 실험실에서는 내가 마치 신이 되어 모든 실험 조건 제어가 가능하고, 실험이 잘못됐을 경우에는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실험실 연구의 ‘장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겪은 현장연구의 어려움이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동력이 된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의 과정이 힘들다고 생각이 들 때, 다른 사람들도 그와 같은 길을 걸었고, 그보다 더 어려운 길을 지나는 사람도 있으며, 내가 겪는 지금의 어려움이 훗날 나를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이미희 세종대 박사후연구원·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독일 바이로이트대에서 토양생태학으로 박사를 했다. 토양 및 수계 내 유기물질 연구에 관심이 있으며 현재 소독부산물, 바이오차, 하천 퇴적물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전문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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